북대서양 참고래 380마리, 선박 시속 10노트 규정 풀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북대서양 참고래는 이제 전 세계에 380마리 정도만 남았다. 그런데 2026년 출산 시즌은 2009년 이후 가장 성적이 좋았다. 힘겹게 늘어나던 개체수가, 선박 한 대의 항로 하나로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게 이 고래의 현실이다. 2017년 이후 선박에 치여 죽은 개체만 최소 15마리, 심각한 부상이 3마리,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진 개체가 9마리다. 전 세계로 넓히면 매년 약 2만 마리의 고래가 선박과 부딪혀 죽는다.
참고래는 등지느러미가 없어서 배 위에서 봐도 잘 안 보이고, 먹이 활동을 할 때는 표층 가까이 오래 머문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암컷일수록 얕은 수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니 충돌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2008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65피트 이상 선박이 동부 해안 계절관리구역을 지날 때 시속 10노트(약 18.5km) 이하로 속도를 낮추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위반하면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이 붙는다. 2013년 연구는 이 속도 제한만으로 충돌 사망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규정을 정작 강화하려던 시도가 막혔다는 데 있다. 2022년 NOAA는 적용 대상 선박 기준을 35피트로 낮추는 개정안을 냈다. 업계 반발에 부딪혀 3년을 끌다 2025년 1월 16일 공식 철회됐다. 그리고 2026년 3월 4일,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속도 규정 자체를 완화하고 대신 고래 감지 기술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사전 규칙제정 예고(ANPRM)를 냈다. 해양 제조업체 협회는 신기술이면 속도 규제 없이도 충분히 고래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6월 2일까지 90일간 진행된 의견 수렴에는 13만 건이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보존 활동가들은 감지 기술이 고래를 발견하는 것까지만 한다고 지적한다. 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의 레지나 아스무티스실비아는 "고래를 발견한 다음엔 뭘 하나"라고 되묻는다. 시속 20노트 이상으로 달리는 선박은 고래를 발견해도 멈추거나 피할 시간이 없다. 실제로 2008년 시행된 자발적 감속 권고 구역에서는 선박 협조율이 낮았고 충돌 위험도 별로 줄지 않았다는 모니터링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기술은 경고는 해주지만 물리적으로 정지 거리를 줄여주지는 못한다.
이 논쟁에서 개체 하나의 무게를 보여주는 사례가 'Wart'라는 이름의 암컷 고래다. 1982년 이후 새끼를 7마리 낳았고, 그 자손까지 합치면 지금 개체군에 31마리를 보탠 셈이다. 참고래 한 마리가 선박에 치여 죽으면 앞으로 태어날 수십 마리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의 브렛 하틀은 속도 규정 완화가 "종의 생존에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고, New England Aquarium의 제시카 레드펀은 지금 수준의 인간 유발 사망률조차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380마리라는 숫자는 회복이 불가능한 규모는 아니지만 여유도 전혀 없는 규모다.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하나다. 기술은 속도 제한을 보완하는 도구이지 대체재가 아니다. 감지와 감속은 순서가 있는 조치인데, 감지만 남기고 감속을 빼면 그 사이의 시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
한 가지 짚어둘 건, 3월에 나온 ANPRM이 곧바로 규정 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전 예고는 정식 개정안을 내기 전에 정보를 모으는 단계다. 정식 제안이 나오면 그때 또 한 번 의견 수렴을 거친다. 이 단계에서 확정되는 규정은 없다. 13만 건의 댓글이 어느 쪽으로 무게를 실었는지는 정식 제안이 나와야 드러난다.
맛있는 김밥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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