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치포가 뽑은 '관광객 없는 일본 현' 5곳, 이미 다 가봤다

관광객 없는 돗토리 사구의 한적한 풍경

도쿄 치포가 최근 정리한 "일본에서 관광객이 가장 적게 가는 현 5곳"을 읽다가 좀 웃겼다. 시마네, 돗토리, 후쿠이, 도쿠시마, 아키타. 다섯 곳 전부, 이미 가본 곳이었다.

도쿄와 오사카, 교토가 넘치니까 관광청이 다음 카드로 밀고 싶어하는 곳들이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왜 사람이 안 가는지, 그리고 왜 그게 오히려 좋은지가 확실히 갈린다.

핵심: 다섯 곳이 관광객이 적은 이유는 볼거리 부족이 아니라, 도쿄에서 반나절 이상 걸리는 접근성 때문이다.

시마네 — 이즈모타이샤와 산인 지방

시마네는 이즈모타이샤 때문에 갔다. 산인 지방 3박 4일 코스로 이즈모타이샤와 마쓰에성, 돗토리 사구까지 묶어서 돌았는데, 이즈모타이샤 앞에 걸린 거대한 시메나와(금줄)를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그때 다녀온 이와미 은광 기록) 도쿄에서 신칸센과 특급을 갈아타며 반나절 넘게 가야 하는 위치라 사람이 적은 게 당연하다. 마침 시마네 출신 친구도 하나 있는데, 고향 얘기를 하면 늘 "거기 왜 가"라는 반응부터 나온다. 현지인 눈에는 그냥 고향일 뿐, 관광지라는 감각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돗토리 — 사구와 코난의 고장

돗토리는 그 코스의 다음 목적지였다. 사구는 일본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이질적인 풍경이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데 생각보다 체력이 든다는 것, 그리고 코난의 고장답게 마을 곳곳에 관련 조형물이 박혀 있다는 것 정도가 실제로 가서 알게 된 디테일이다. (돗토리 사구 방문기)

후쿠이 — 공룡박물관과 에이헤이지

후쿠이는 공룡박물관을 보러 갔다. 호쿠리쿠 신칸센이 뚫리기 전까지는 접근성이 나빴다는 게 기사 설명인데, 실제로 가보니 지금도 도쿄에서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대신 박물관 규모 자체는 어설프게 크지 않고 알차게 커서, 접근성 때문에 사람이 덜 오는 게 아깝다는 인상이 남았다. 근처 에이헤이지까지 걸음을 늘리면 공룡박물관과는 완전히 다른, 정적인 사찰 산책으로 하루가 마무리된다. (후쿠이 공룡박물관 후기)

아키타 — 나마하게와 조용한 온천

아키타는 온천 때문에 갔다. 나마하게 전설이 있는 지역답게 마을 전체에 그 캐릭터가 스며 있고, 눈 쌓인 설국 온천이라는 콘셉트가 실제로도 그대로였다. 도쿄 근교의 가와고에나 가마쿠라와 달리 당일치기 인파가 밀려드는 동선에서 비켜나 있어서, 온천을 조용히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낫다. (아키타 온천 기록)

도쿠시마 — 한 달을 살아본 곳

다섯 곳 중에 가장 깊이 들어간 건 도쿠시마다. 2025년 8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딱 한 달을 도쿠시마에서 살았다. 원격근무를 하면서 일본어 생활을 실험해보려고 간 거라, 숙소도 게스트하우스로 잡고 일주일씩 연장해가며 지냈다. 동네 모츠나베 집을 단골로 삼았고, 도쿠시마 레트로 게임바에서는 시간당 500엔에 닌텐도64부터 드림캐스트까지 실기로 돌려보는 재미에 몇 번을 더 갔다. 8월 30일에는 이온시네마에서 영화 '8번출구'를 봤는데, 이런 소소한 일상이 가능했던 것 자체가 도쿠시마에서는 생활권 감각으로 지냈다는 증거다. 그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 온 여행친구를 만나 같이 지내기도 했다. 이런 관계가 생기는 건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에서는 오히려 드문 일이다. 9월 18일에는 도쿠시마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나오는 저비용항공을 탔는데, 이 노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쿠시마가 아주 외진 곳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언더투어리즘의 진짜 이유

다섯 곳을 다 겪어보고 나니, 도쿄 치포가 이 리스트를 만든 이유가 이해된다. 언더투어리즘 현이 된 진짜 이유는 볼거리 부족보다 위치에 있다. 도쿄·오사카·교토처럼 하나의 동선 안에 다 몰아넣기 어려운 자리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이즈모타이샤도, 사구도, 공룡박물관도, 온천도, 다 그 자체로는 충분히 갈 만한데 접근에 반나절 이상이 붙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접근성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짚으면, 이 다섯 곳은 전부 도쿄에서 신칸센과 특급을 갈아타는 구간이 껴 있다. 산인 지방(시마네·돗토리)은 오카야마나 요나고를 경유하는 루트가 일반적이고, 후쿠이는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 이후로 가나자와를 거치는 게 가장 수월했다. 도쿠시마는 아예 신칸센이 없어서 페리나 저비용항공으로 들어가는 구조라, 다섯 곳 중 접근 방식 자체가 가장 이색적이었다.

다섯 곳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방문 이유도쿄에서 접근추천 방식
시마네이즈모타이샤오카야마·요나고 경유, 반나절+돗토리와 산인 코스로 묶기
돗토리사구시마네와 같은 경유 루트시마네와 묶어 짧게
후쿠이공룡박물관호쿠리쿠 신칸센, 가나자와 경유에이헤이지까지 하루
아키타온천신칸센 코마치온천 재충전 목적
도쿠시마원격근무 체류신칸센 없음, 페리·저비용항공며칠이 아니라 몇 주

순서를 매긴다면

그래서 다음에 이 다섯 곳 중 하나를 고른다면 순서를 이렇게 매기겠다. 짧게 스치고 싶다면 돗토리나 시마네를 산인 코스로 묶는 게 효율적이고, 온천으로 재충전하고 싶다면 아키타, 박물관 하나로 만족하는 여행이면 후쿠이. 정말 그 지역을 알고 싶다면 도쿠시마처럼 몇 주 단위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생활권으로 들어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