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71%가 아직 공짜라는 진실을 조사해봤다 (feat.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2026년 1월 27일,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공식적으로 빠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2025년 1월 20일에 이미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정확히 1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 탈퇴가 발효됐다. 2017년 1기 때는 탈퇴 절차 자체에 제약이 있어 임기 끝 무렵에야 효력이 생겼는데, 이번엔 그 제약이 없어서 훨씬 빨리 끝났다. 기후 재원 지원 계획도 같이 폐기됐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온 나라 중 하나이면서, 그 배출을 줄이자는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도 않는 나라가 됐다.

이 소식을 보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탄소 가격이 실제로 어떻게 매겨지고 있는지,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부터가 구호인지 직접 숫자를 뒤져봤다.

세계 배출량의 71%는 아직 공짜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10년에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에만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같은 가격이 붙어 있었다. 2024년에는 30%로 늘었다. 15년 동안 4배 넘게 늘긴 늘었는데, 뒤집으면 71%는 여전히 공짜라는 뜻이다. 지구 전체 배출량 중 3분의 2 이상이 "배출해도 아무 비용이 안 든다"는 얘기다.

가격이 붙은 30% 안에서도 격차가 크다. 노르웨이(톤당 214달러), 우루과이(185달러), 스웨덴(150달러)처럼 높은 가격을 매기는 나라들이 있지만, 이들이 커버하는 배출량은 전체의 0.5%도 안 된다. 중간 가격대(65~90달러)는 유럽 배출권거래제 위주로 약 5%를 차지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톤당 10달러 이하다. 중국의 탄소 가격이 딱 이 수준이다. 학계가 말하는 적정 가격의 중간값은 톤당 100달러가 넘는데, 실제 시장은 대부분 그 밑에서 논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K-ETS)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5.3%를 커버한다. 숫자만 보면 넓어 보이지만 가격이 문제다. 2026년 초 기준 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 원대에서 움직인다. 유럽 배출권거래제가 10만 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커버리지는 넓은데 정작 배출자가 실제로 느끼는 부담은 가볍다. 톤당 5달러짜리 탄소 가격은 휘발유값을 1% 미만 올리는 정도라, 운전자가 가격표를 보고 행동을 바꿀 만큼 아프지 않다.

협상 테이블 밖에서는 폭염이 계속된다

이 숫자들을 조사하는 동안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겹쳐 보였다. 6월 23일 피소에서 44.3도, 파리에서는 6월 기준 역대 최고인 40.9도가 나왔다. 초과 사망자는 2,025명, 익사 사고 사망자만 74명이 넘었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이 낮 시간에 일찍 문을 닫았고, 파리 프라이드 행진은 미뤄졌다.

기후 협상 테이블에서 30년 넘게 배출권과 탄소세 얘기가 오갔는데, 여전히 배출량의 71%는 공짜고, 가격이 붙은 곳도 대부분 학계가 말하는 적정선의 10분의 1이다. 거기에 이제 세계 최대 배출국 중 하나가 협상 테이블 자체에서 나갔다. 나라마다 공장이 다르고 전기 요금이 다르고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이 다르니, 톤당 100달러 이상으로 전 세계가 손을 맞잡을 가능성은 원래도 낮았는데 이제는 더 낮아졌다. 앞으로도 협상은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실패를 반복할 거다.

트럼프는 이 탄소 가격 얘기 자체를 가짜라고 불렀다. 탄소배출권이니 탄소중립이니 하는 말들이 한동안 정치 테이블 위에서 열띠게 오갔지만, 정작 지금 남은 건 이런 숫자들이다. 71%는 여전히 공짜고, 비용을 내는 쪽은 목소리 높이던 정치인들이 아니라 톤당 몇 만 원씩 더 무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리고 폭염에 죽어 나가는 것도 결국 그 보통 사람들이다. 비용을 내는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이 같다는 게, 이 문제를 계속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과학 쪽에 건다

협상이 아니라 기술이 답이라고 보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실제로 움직인 숫자들 때문이다.

태양광은 2010년부터 2024년 사이 발전 단가가 90% 떨어졌다. 지금 가장 저렴한 시장에서는 킬로와트시당 0.033달러까지 내려갔고, 2035년까지 30%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협상 없이도, 그냥 더 싸다는 이유만으로 석탄과 가스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다.

핵융합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지만 올해 초 중국의 실험로가 그동안 못 넘던 플라즈마 밀도 장벽을 넘었고, 미국 국립점화시설(NIF)은 점화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2.08메가줄)의 4배가 넘는 8.6메가줄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쪽은 미국 에너지부가 2026년 7월 4일까지 시범 프로젝트의 임계 도달을 목표로 걸어뒀고, 민간 투자금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106억 달러가 몰렸다.

물론 다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대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DAC)은 여전히 톤당 400~600달러로 비싸고, 미국의 세금 공제(톤당 180달러) 없이는 사업성 자체가 안 나온다. 과학이 전부 해결해주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도 나는 이 문제를 풀 열쇠는 협상 테이블보다 실험실과 공장에 있다고 본다. 태양광 단가가 90% 떨어진 건 정상회담 합의문 한 장 없이, 그냥 기술이 계속 싸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71%를 30%로 옮기려고 30년을 쓰는 것보다, 배출을 줄이는 기술 자체가 계속 값싸져서 협상이 아예 필요 없어지는 쪽이 더 빠를 거라고 본다. 비관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협상 성적표를 보고 내린, 그냥 현실적인 판단이다.

가끔은 그것도 늦어서, 지구가 알아서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날이 먼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근거 없는 바람이지만, 지금까지의 협상 속도를 보면 아주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