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광고, 일본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캔메이크가 7월 1일 "캔메이크 AI 사원"을 공개했다. 실제 모델을 촬영한 뒤 AI로 보정한 인물을 인스타그램, X, 틱톡, 유튜브 광고에 내세우는 방식이다. SNS 반응은 곧바로 둘로 갈렸다. "깔끔하고 간단하게 광고할 수 있다"는 쪽과 "지금 이런 게 굳이 필요하냐", "불쾌하다"는 쪽. 인스타그램 댓글 중에는 "AI가 피부 질감이나 색감, 광택을 실제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소식을 보면서 낯설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도 몇 달 전 거의 같은 일이 있었다.
이니스프리가 먼저 겪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 이니스프리는 아이섀도우 상세페이지에 AI로 만든 이미지를 발색 참고용으로 썼는데, 이걸 AI라고 밝히지 않았다(비즈한국 보도). 한 소비자가 회사에 모델 정보를 문의했다가 "AI를 활용해 발색을 표현했다"는 답을 받고 그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응은 캔메이크 때와 똑같았다. 제품을 실제로 발라본 적도 없는 이미지로 발색을 보여준다는 게 "가짜 사용감"이라는 지적,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판단을 방해한다는 비판. 결국 논란이 된 광고는 내려갔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패턴이 보인다. 회사는 비용을 아끼려고, 혹은 촬영 일정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AI 이미지를 쓴다. 그런데 이걸 미리 밝히지 않는다. 소비자가 나중에 알게 되면 화를 내는데, 그 화살은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보다 "왜 말 안 했냐"는 쪽으로 향한다. 캔메이크는 처음부터 "AI 사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니스프리보다는 한 걸음 앞서 있었는데도 반응은 여전히 반으로 갈렸다. 고지를 해도 반응이 갈리는데, 고지를 안 하면 어떻게 될지는 이니스프리 사례가 이미 보여준 셈이다.
아직 법으로 정해진 건 없다
국내에는 광고에 AI 생성 이미지를 썼다는 걸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아직 없다. LG생활건강처럼 자체 사내 가이드라인을 둔 곳도 있고, 이니스프리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었다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회사가 알아서 판단하고, 소비자는 뒤늦게 알아채고 화를 내고, 그 화가 커지면 회사가 광고를 내린다. 규칙은 아직 없고, 사고가 나야 관행이 하나씩 정해진다.
가상 모델을 만드는 업체들은 이미 만 원대부터 제작해주는 저가 경쟁에 들어갔다고 한다. 촬영 일정도, 모델 섭외도 필요 없이 원하는 이미지를 바로 뽑아낼 수 있으니 중소형 브랜드일수록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소비자를 설득하는 힘은 결국 "이 사람이 실제로 이 제품을 썼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AI 이미지는 그 믿음의 근거를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다. 고지하지 않으면 그 사실이 숨겨질 뿐이고, 고지해도 그 믿음 자체가 채워지진 않는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이미 규칙을 먼저 정해둔 곳도 있다. EU AI법은 올해 8월 2일부터 AI로 만들거나 손댄 광고 이미지·영상에 "AI로 생성됨" 표시를 의무화한다. 어기면 75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매출의 1.5퍼센트 중 큰 쪽을 물어야 한다(관련 보도). 한국 AI 기본법은 이런 표시 의무를 직접 다루지 않아서,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사실상 비어 있다(플래텀 보도). 유럽은 사고가 나기 전에 규칙부터 만들었고, 한국과 일본은 이니스프리와 캔메이크 사례처럼 사고가 난 뒤에야 회사가 알아서 광고를 내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같은 문제를 다루는 속도가 이렇게 다르다.
결국 문제는 AI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무심코 넘기다가 화장품 모델 얼굴에서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느낌을 받은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마다 "이거 보정이 좀 심한가" 정도로 넘겼지 AI인지 실사인지 따져볼 생각은 안 했다. 캔메이크와 이니스프리 사례를 보고 나니 그 어색함의 정체가 뭐였는지 뒤늦게 짚이는 기분이다.
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화를 낸 진짜 이유는 AI를 썼다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 발색이든 피부 질감이든, 광고가 보여주는 결과를 실제로는 아무도 겪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사람 모델을 썼어도 과도한 보정을 했다면 같은 불만이 나왔을 것이다. AI는 그 오래된 문제, 즉 "광고 속 결과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더 빠르고 싸게, 그래서 더 자주 건드리게 만들었을 뿐이다.
캔메이크나 이니스프리나 결국 같은 벽에 부딪혔다.
이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다음에 어느 브랜드가 AI 모델을 쓰든, 고지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그 이미지가 실제로 겪은 일을 보여주는지부터 따져 묻게 될 것 같다.
맛있는 김밥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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