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매미는 왜 그렇게 울어대는가
한여름 밤, 열대야에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어둠 속에서 매미 소리가 방 안까지 밀려든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겹쳐 우는 소리는 벽을 타고 오르는 파도처럼 커졌다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잠을 설치며 문득 궁금해진다. 저 작은 벌레는 대체 왜, 무엇을 위해 저렇게 온 힘을 다해 울어대는 걸까.
몇 해 전 여름, 시골 할머니 댁 마당에 앉아 있다가 바로 머리 위 감나무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해 순간 귀를 막았던 기억이 있다.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대화 소리가 묻힐 정도였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그 소리가 오히려 여름다운 배경음처럼 느껴졌다. 도시에서 듣는 매미 소리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그 마당에서만큼은 밤이 되어도 소리가 그치지 않아, 창문을 닫고서야 겨우 잠들었던 것도 기억난다.
우는 매미는 전부 수컷이다

먼저 오해 하나를 풀어야 한다. 저 소리를 내는 매미는 전부 수컷이다. 암컷은 울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름밤을 가득 채우는 그 합창은, 정확히 말하면 짝을 찾는 수컷들의 구애 신호다. 새가 노래로 짝을 부르듯 매미도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나 여기 있다, 건강하다, 이리 와 달라는 말을 소리 하나에 실어 보내는 셈이다.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상대를 고른다. 더 크고 또렷하게, 더 끈질기게 우는 쪽이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컷들은 경쟁하듯 목청을 높인다. 우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는 그 소란은, 매미들에게는 짧은 여름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할 절박한 구애의 현장인 것이다.
소리는 배에 있는 발음 기관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가 날까. 매미는 사람처럼 목으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배 쪽에 소리를 내는 기관이 따로 있다. 얇고 단단한 막을 근육으로 빠르게 당겼다 놓으면 막이 튕기면서 소리가 나는데, 이 막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동하며 특유의 울림을 만든다. 딸깍이는 작은 소리가 수없이 반복되면 우리 귀에는 이어진 하나의 울음으로 들린다.
게다가 매미의 배 안쪽은 상당 부분이 비어 있어서, 이 공간이 소리를 키우는 울림통 역할을 한다. 작은 악기의 몸통이 텅 빈 속으로 소리를 키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몸집에 비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톱만 한 벌레가 한여름 밤을 통째로 울리는 데는 이런 구조의 힘이 있다.
여러 마리가 함께 울면 소리는 더 커진다
한 마리가 우는 소리도 꽤 크지만, 여름밤이 유독 시끄러운 건 혼자 울지 않기 때문이다. 한 나무에 여러 마리가 모여 울고, 그 옆의 나무에서도 또 여러 마리가 운다. 소리가 겹치고 쌓이면서 전체 볼륨이 올라간다.
여기에는 서로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 근처에서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수컷도 질세라 따라 우는 식이다. 그렇게 울음이 울음을 부르며 합창이 만들어진다. 가끔은 한 마리가 뚝 그치면 주변도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누군가 시작하면 삽시간에 소리가 되살아나기도 한다. 우리가 듣는 그 벽 같은 소리는, 수많은 개체가 같은 시간에 같은 목적으로 겹쳐 놓은 결과다.
땅속의 긴 시간과 여름의 짧은 노래
매미의 삶을 알면 그 절박함이 조금 이해된다. 매미는 생애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보낸다. 그 기간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여러 해에 걸쳐 아주 길다. 어두운 흙 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빨며 천천히 자라는 시간이다.
그러다 마침내 땅 위로 올라와 성충이 되면, 남은 시간은 놀랄 만큼 짧다. 길어야 여름 한철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성충이 되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남기는 것.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걸어야 하니, 수컷의 울음이 그렇게 다급하고 뜨거울 수밖에 없다. 여름에 매미 소리가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의 밤은 매미를 헷갈리게 한다
원래 매미는 주로 낮에 우는 편이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밤에도 우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가로등과 간판,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밤을 완전한 어둠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밝은 빛을 낮으로 착각한 매미가 밤에도 목청을 놓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의 열기도 한몫한다. 낮 동안 달궈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밤까지 온기를 붙잡고 있어서, 매미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이 늦게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잠 못 드는 열대야의 밤이 매미에게는 아직 울어도 되는 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이제 창밖의 그 소리를 다시 들어 보면 좋겠다. 무작정 시끄러운 소음이 아니라, 짧은 여름에 온몸을 걸고 짝을 부르는 수컷들의 다급한 신호다. 알고 들으면, 늘 듣던 그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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