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하루 식비, 저렴하게 그러나 제대로 먹는 법

치앙마이의 저녁은 노점 불빛에서 시작된다. 좁은 골목마다 숯불 연기가 올라오고, 커다란 냄비에서 국수 삶는 김이 피어오른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카오소이 한 그릇을 시키면 진한 커리 국물 위에 바삭하게 튀긴 면이 얹혀 나온다. 한 술 뜨고 값을 물어보면 대개 놀랄 만큼 낮다. 이 도시에서는 지갑을 크게 열지 않아도 하루 내내 잘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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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각은 올해 초 방콕에서 18일을 지내며 몸으로 익힌 것이다. 하루 대부분의 끼니를 골목 노점과 로컬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그렇게 바탕을 깔아 둔 덕에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크루아압쏜에서 쁠라 까퐁 랏 프릭 같은 요리를 시키는 날에도 지갑 걱정이 없었다. 동남아에서 식비는 무작정 아끼는 항목이 아니라 배분하는 항목이라는 걸 그때 배웠다. 치앙마이는 그 배분 감각이 방콕보다도 잘 통한다고들 하는 도시다.
싸다는 말만으로는 여행 계획이 서지 않는다
동남아 여행의 큰 매력 하나가 저렴한 식비다. 그런데 막상 "물가가 싸다"는 말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온다. 하루에 얼마를 쓰게 되는지, 그 돈으로 무엇을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가 그려지지 않으면 예산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숫자를 한번 그려보는 편이 낫다. 하루 식비를 대략의 금액으로 정해두면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계획이 서고, 여행 전체의 씀씀이도 미리 가늠이 된다. 막연히 싸겠지 하고 떠나는 것과, 하루 예산을 손에 쥐고 떠나는 것은 여행의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하루 식비 400바트라는 감각을 먼저 잡는다

기준점을 하나 두면 편하다. 치앙마이에서 1인 하루 식비는 대략 400바트, 우리 돈으로 약 1만 6천 원 선으로 잡아볼 수 있다. 이 정도면 현지 음식으로 세 끼를 챙기고 간식과 커피까지 곁들일 수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략의 기준이다. 환율은 시점마다 움직이고 물가도 조금씩 오른다. 관광지 한복판의 카페와 골목 안 국숫집은 같은 한 끼라도 값이 또 다르다. 그러니 400바트는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계획을 세울 때 머릿속에 두는 눈금 정도로 여기는 편이 맞다. 실제로는 이보다 덜 쓰는 날도, 더 쓰는 날도 생긴다.
카오소이 한 그릇이면 점심은 이미 성공이다
하루를 현지 음식으로 채워보면 이렇다. 아침은 가볍게 시작한다. 쌀국수 한 그릇이나 죽 정도면 속이 편하고 값도 얼마 들지 않는다. 아침부터 무겁게 먹기보다 이 편이 하루를 걷기에도 낫다. 점심에는 카오소이를 먹는다. 치앙마이를 비롯한 태국 북부의 대표 음식으로, 코코넛 커리 국물에 삶은 면과 바삭하게 튀긴 면을 함께 올린 국수다. 진한 국물 한 그릇이면 점심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기까지 먹고도 하루 식비의 절반 이상은 아직 남아 있다.
오후의 망고 스티키라이스, 저녁의 사이우아
오후에는 간식으로 망고 스티키라이스를 고른다. 잘 익은 망고에 코코넛 밀크를 두른 찰밥을 곁들인 디저트로, 더운 낮에 한 접시 먹으면 특히 좋다. 저녁은 사이우아로 채워도 된다. 허브와 향신료를 넉넉히 넣어 만든 북부식 소시지로, 숯불에 구운 것을 야시장에서 먹기 좋게 잘라 판다. 야시장을 한 바퀴 돌며 사이우아에 꼬치구이나 볶음면 같은 걸 몇 가지 곁들이면 저녁 한 끼가 완성된다. 여기에 스페셜티 커피 한 잔을 더해도 하루 예산은 대체로 몇백 바트 선에서 정리된다. 물론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또 가게마다 값은 달라진다. 음료를 자주 사 마시면 생각보다 금세 쌓이니 그 부분만 염두에 두면 된다.
하루 한 번쯤은 경험에 돈을 쓴다
이렇게 대부분의 끼니를 로컬 식당과 야시장으로 채우면 식비는 낮게 유지된다. 그렇게 아낀 여유를 하루 한 번쯤 경험형 식사에 쓰면 완급이 생긴다. 태국 북부의 전통 상차림인 칸똑 정찬을 한 번 맛보거나, 소문난 카페를 몇 곳 돌며 원두를 비교해 마시는 식이다. 치앙마이는 북부 산지의 커피로도 알려져 있어 카페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가 되기도 한다. 매 끼를 비싸게 먹을 필요는 없다. 저렴한 끼니로 바탕을 깔아두었기에, 하루에 한 번쯤 좋은 자리에 돈을 쓰는 일이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끼는 여행과 잘 먹는 여행은 충돌하지 않는다
치앙마이는 아끼는 여행과 잘 먹는 여행이 부딪히지 않는 드문 곳이다. 적은 돈으로도 현지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고, 조금 더 쓰면 기억에 남을 한 끼까지 챙길 수 있다. 하루 예산의 감을 잡아두면 계산에 매이지 않고 오히려 더 다양하게, 더 마음 편히 먹게 된다. 싼데도 제대로 먹는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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