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픈모델 Kimi K3, 클로드 바로 밑까지 왔다 — 그런데 내 맥북에선 못 돌린다
몇 달 전까지 나는 오픈소스 모델을 이렇게 정리해두고 있었다. 최강 성능이 필요하면 클로드나 GPT를 쓰고, 오픈모델은 싼 맛에 쓰되 성능은 한 세대쯤 뒤처진 걸 감수한다고. 7월 16일 나온 Kimi K3 소식을 보고 이 정리를 지워야겠다 싶었다. 중국 스타트업 Moonshot AI가 내놓은 2.8조 파라미터짜리 모델인데, 벤치마크가 클로드 바로 아래 칸에 붙어버렸다.
그런데 "역대 최대 오픈소스"라는 헤드라인보다 내 눈에 오래 걸린 건 두 가지였다. 오픈인데 정작 개인은 못 돌린다는 것, 그리고 중국 랩이 값을 내리는 게 아니라 올렸다는 것.
얼마나 붙었나: 클로드 바로 아래, 프론트엔드 코드는 1위
성능부터 말하면 K3는 최상위 폐쇄모델 바로 아랫칸에 들어왔다. Artificial Analysis 종합 리더보드에서 Elo 1547을 받았는데 전작 K2.6보다 732점이 뛴 수치고, 앞에 있는 건 클로드 Fable 5 딱 하나뿐이다. Moonshot 자체 평가로도 전체 성능은 Fable 5와 GPT 5.6 Sol에는 못 미쳤지만 코딩과 에이전트 벤치에서는 Opus 4.8과 GPT 5.5를 앞질렀다고 한다. 특히 블라인드 개발자 테스트인 Arena의 프론트엔드 코드 부문에서는 1679점으로 Fable 5마저 제치고 1위를 찍었다.
숫자만 보면 그냥 잘 나온 오픈모델 같은데, 구조를 뜯어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K3는 2.8조 파라미터를 매번 다 쓰는 게 아니라 요청마다 일부 전문가만 켜지는 MoE(전문가 혼합) 방식이라 덩치에 비해 추론 비용을 눌렀고, 컨텍스트 창이 100만 토큰이다. 항상 켜져 있는 추론 모드에 이미지 이해까지 기본으로 들어간다. 오픈웨이트 모델이 이 조합을 들고 프론티어 근처까지 온 건 처음이다. 전체 가중치는 7월 27일 공개 예정이다.
"오픈"인데 왜 내 컴퓨터에선 못 돌리나
여기서 첫 번째 이상한 점이 나온다. 오픈웨이트라고 내 노트북에 받아서 공짜로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다. 2.8조 파라미터는 그러기엔 너무 크다.
나는 로컬 LLM을 가끔 LM Studio로 굴려보는데 개인 장비에 올릴 수 있는 건 잘해야 수십 GB급 작은 모델까지다. Simon Willison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보통 128GB M5 맥북프로에 들어가는 작은 오픈웨이트 모델만 로컬에서 돌리는데 K3는 이 범주를 한참 넘어선다고 적었다. 그도 K3는 OpenRouter로 시험했다. 자기 컴퓨터에는 애초에 안 들어가니까. 펠리컨을 SVG로 그리게 시켜보니 25센트가 나왔다는 기록까지 남겼다.
그러니 여기서 "오픈"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한다. 오픈웨이트는 무료로 내 컴에서 돌린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이 가중치를 받아다 자기 서버에 올리고 파인튜닝해서 원하는 대로 서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에게 열렸다기보다 인프라를 가진 쪽에 열린 셈이다. 나 같은 개인 사용자한테 K3가 닿는 통로는 결국 OpenRouter 같은 라우터를 거치는 API다. 나도 DeepSeek이나 Qwen 같은 오픈모델을 OpenRouter로 붙여 요청마다 다른 모델로 우회시켜 쓰는데, K3도 딱 그 자리에 들어온다. 그래서 개인이 오픈모델을 실제로 쓰는 통로는 로컬보다 라우터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진짜 신호는 성능보다 가격에 있다
두 번째가 더 흥미롭다. 중국 랩이 값을 오히려 올렸다.
K3의 API 가격은 캐시가 맞은 입력 100만 토큰당 0.3달러, 캐시가 빗나간 입력은 3달러, 출력은 15달러다. Simon Willison은 이 값이 중국 AI 랩의 가격 정책이 기존 0.95/4달러 수준에서 3/15달러로 올라선 흐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여태 중국 오픈모델이 쥐고 있던 무기는 "서방의 절반값"이었는데 성능이 붙으니 값도 서방 수준으로 맞춰가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가 중요하다. 싸고 조금 부족한 오픈모델을 저가로 밀어 판을 흔들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는 오픈모델도 성능으로 붙고 값도 제값을 부른다. 미국이 첨단 칩 수출을 조인 상황에서 이런 모델이 나왔다는 점까지 겹치면, "제재로 뒤처진다"는 그림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뭘 바꾸나

당장 클로드 코드를 K3로 갈아탈 생각은 없다. 내 작업은 대부분 여러 파일을 오가며 도구를 부르는 에이전트형이고, 이쪽 신뢰도는 아직 클로드와 GPT 쪽이 손에 익어서다. 벤치마크 1위가 곧 내 작업 흐름에서의 1위는 아니라는 것도 그동안 여러 번 겪었다.
다만 프론트엔드 코드처럼 K3가 실제로 최상위를 찍은 영역이라면 OpenRouter로 붙여 같은 작업을 한 번 시켜보고 결과를 나란히 비교해볼 만하다. 값이 클로드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제 선택 기준은 순수하게 결과물의 질로 좁혀진다. 비교가 오히려 깔끔해진 셈이다.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결과의 질을 가르는 건 결국 그걸 어떻게 부리느냐다. 1위 모델을 써도 감독 루프가 무너지면 결과가 엉망이다. 반대로 5위 모델이라도 작업을 잘게 쪼개 반복해서 다듬으면 충분히 쓸 만한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K3 순위표에 마음이 흔들리다가도 매번 여기로 돌아온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갈아타는 것보다, 지금 쓰는 모델을 잘 부리는 법을 아는 쪽이 오래 남는다.
맛있는 김밥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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