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날, 그 안의 사나흘
2026년 6월 24일, 베네수엘라 라과이라 주 해안에서 규모 7.2와 7.5의 쌍둥이 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약 2,300명, 부상자는 1만 1천 명을 넘었고, 집을 잃은 사람은 약 1만 3천 명에 달했다. 이 숫자들 대부분은 뉴스가 되지 못했다. 카티아 라 마르 지역의 다층 쇼핑센터 갈레리아스 플라야 그란데가 무너졌고, 그 잔해 속에서 경비원 에르난 알베르토 길 플로레스(43세)가 살아나온 순간만이 지진 발생 후 여덟 번째 날, 지난주 목요일에 헤드라인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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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진 당시 쇼핑몰 보안실에 있었다. 건물은 무너졌지만 그가 있던 공간은 완전히 압사되지 않고 남았다. 주말 무렵 구조대가 생존 신호를 포착했고, 망원렌즈 카메라로 접촉을 시작해 좁은 통로로 물과 액상 영양식을 흘려 넣었다. 마지막 70시간은 베네수엘라, 칠레, 미국, 포르투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멕시코 7개국 구조팀이 매달렸다. 이 소식을 접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8일 동안 어떻게"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는 틀린 전제가 하나 섞여 있다. 그가 8일 내내 물 없이 혼자 버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이 물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의학적으로 그리 길지 않다. 통상 3~5일 정도로 알려져 있고, 듀크대 클로드 피안타도시 박사는 대략 100시간, 나흘 남짓을 한계로 본다. 체중의 10% 이상을 수분으로 잃으면 심각한 탈수 상태에 들어간다. 재난구조 현장에서 오래 통용된 '골든 윈도우'도 비슷한 셈법이다. 지진 후 72시간, 사흘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경험칙이다.
지진이 수요일에 났고 구조대가 처음 접촉한 게 주말 무렵이었다면, 그가 아무 도움 없이 버틴 시간은 사나흘 안팎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로는 좁은 틈으로 물과 영양식이 들어왔다. 8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과, 실제로 그의 몸이 홀로 견뎌야 했던 공백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이게 별일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사나흘도 이미 몸이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다만 8일이라는 숫자만 보고 "물도 없이 그렇게 오래"라고 놀라는 건, 그를 구한 사람들의 몫을 빼고 그의 몫만 부풀리는 셈이 된다.
무엇이 그 공백을 메웠나

생존을 가른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붕괴 잔해 속에 압사를 피할 공간이 남아 있었는지, 다른 하나는 구조팀이 그 공간을 조기에 찾아 물과 영양을 공급할 수 있었는지다. 재난구조 현장에서는 앞의 조건을 '생존 가능 공극'이라 부른다. 잔해가 완전히 짓누르지 못하고 국소적으로 남기는 틈이다. 이 틈이 있었기에 그는 애초에 며칠을 버틸 몸 상태로 남을 수 있었고, 구조대가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고, 물을 흘려 넣을 통로도 생겼다.
그렇다고 이번 생존이 기록을 깬 것도 아니다. 2006년 재난의학 저널에 실린 매킨타이어, 바르베라, 스미스의 분석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4년까지 지진 34건 중 18건에서 확인된 생존자의 평균 최대 생존 기간은 6.8일, 중앙값은 5.75일이었다. 가장 길게는 13일에서 14일까지 버틴 사례도 있다. 72시간짜리 골든 윈도우는 현장에서 자원을 어디로 보낼지 정하기 위한 경험칙이지, 절대적인 한계선은 아니다. 여덟 날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기록상 전례가 없는 숫자는 아니다.
구조 후 그는 의료시설로 이송됐다. 구체적인 부상 정도나 건강 상태는 보도에 명시되지 않았다.
기적이라 부른 건 그의 아내였다
코스타리카 적십자 구조대원 미냐르 코야도에 따르면, 그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는 혹시 살아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아내에게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는 끝까지 확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내 구스비마르 곤살레스는 남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다"고 말했고, "이것은 정말 기적입니다"라고 했다.
그 말은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의 말이다. 다만 옮기는 입장에서까지 그 단어를 그대로 받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를 살린 건 신비가 아니라 몇 가지 물리적 조건, 공간과 시간과 사람의 결합이었고, 그 결합이 이번에는 그에게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같은 지진에서 약 2,300명은 그 결합을 만나지 못했다. 11,000명 넘는 사람이 다쳤고 13,000명 가량이 집을 잃었다. 한 사람이 여덟 날 만에 걸어 나왔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동안, 대다수는 그 시간 안에 구조되지 못했다. 이 사건을 오래 바라보는 방식은 감탄 한 가지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사람이 극한에서 버티는 힘은 의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가 있던 자리에 우연히 남은 공간, 그를 놓치지 않은 눈, 좁은 틈으로도 흘려보낼 수 있었던 물 몇 모금. 한 사람이 얼마나 강했는가보다, 그 강함이 발휘될 조건이 얼마나 갖춰졌는가가 생사를 갈랐다. 이 소식에서 건질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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