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남부 해안 ① — 셀야란드포스 폭포 뒤를 걷고, 검은 모래에서 비행기 잔해를 만나다
골든서클을 둘러본 뒤, 본격적인 아이슬란드 여행이 시작됐다. 렌터카를 타고 링로드(1번 도로)를 따라 남부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폭포 뒤를 걷고, 완벽한 무지개를 만나고, 검은 모래 평원에서 비행기 잔해까지 보게 되는 하루. 그리고 그날 밤, 우리의 여행 계획이 통째로 뒤집히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핵심 요약
- 남부 해안은 링로드(1번 도로)를 따라 폭포·검은 모래·빙하가 줄줄이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 셀야란드포스는 폭포 뒤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세계에서 드문 폭포입니다.
- 솔헤이마산두르 DC-3 비행기 잔해는 주차장에서 편도 약 4km를 걸어야 만날 수 있습니다.
- 아이슬란드 링로드는 빙하홍수·기상으로 갑자기 통제될 수 있어, 당일 도로 상황 확인이 필수입니다.
공식 정보 확인 (확인일: 2026-06-10)
- 셀야란드포스 폭포 뒤 길은 겨울철 결빙으로 폐쇄될 수 있습니다.
- 솔헤이마산두르 셔틀버스는 대체로 여름철(6~9월)에만 운행해, 그 외 기간엔 도보로 왕복 약 8km를 걸어야 합니다.
- 링로드 통제·빙하홍수 경보는 출발 당일 기준으로 확인하세요.
남부로 내려가는 길 — 다리와 '마시멜로' 들판


굴포스를 떠나 남부로 방향을 잡았다. 좁은 다리를 건너고, 넓은 들판을 가로질렀다. 들판 곳곳에 하얗고 동그란 덩어리가 굴러다녔는데, 처음엔 거대한 마시멜로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농작물을 비닐로 감아 보관하는 곤포 사일리지(hay bale)였다. 목초를 수확해 발효·저장하는 방식인데, 북유럽 농촌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별것 아닌 들판 풍경 하나에도 "여기 진짜 다른 나라구나" 싶었다.
셀야란드포스 — 폭포 '뒤'로 걸어 들어가다

남부 해안으로 들어서자 폭포가 정말 많았다. 절벽을 따라 크고 작은 물줄기가 곳곳에서 떨어지고, 폭포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첫 번째 목적지가 셀야란드포스(Seljalandsfoss)였다.


셀야란드포스는 높이 약 60m로, 옛 아이슬란드의 해안선이었던 절벽에서 떨어진다. 물줄기는 에이야프야들라이외쿠틀(Eyjafjallajökull) 빙하의 융빙수에서 나온다. 1번 도로에서 249번 도로로 빠지면 큰 주차장이 있고(주차료 약 1,000 ISK, 하루 종일 유효), 폭포까지는 짧은 자갈길로 이어진다.
이 폭포가 특별한 건, 폭포 뒤로 난 길 때문이다. 절벽 아래에서 시작되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떨어지는 물줄기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폭포를 뒤에서 바라보는 경험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대신 각오해야 할 게 있다. 근처만 가도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처럼 흠뻑 젖는다. 방수 재킷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물줄기 뒤에 서서 바깥세상을 보면, 떨어지는 물 너머로 풍경이 일렁인다. 그 안쪽은 물보라로 가득해 카메라 렌즈를 닦아가며 찍어야 했다. 10월 초였는데도 물길이 살아 있어서 운 좋게 뒤쪽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겨울에는 결빙으로 이 길이 막힌다.)

폭포수가 흘러내린 강은 의외로 작고 잔잔해서 귀여웠다. 거대한 물줄기가 떨어진 끝이 이렇게 얌전한 개울이 된다는 게 묘했다.
링로드 위의 완벽한 무지개


다시 링로드를 달렸다. 그러다 차창 너머로 무지개가 떴다. 비와 햇빛이 수시로 교차하는 남부 해안에서는 무지개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날은 유독 또렷했다.

달리던 차를 세우게 만든, 거의 반원을 그리는 완벽한 무지개였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가 다 안 담길 정도였다.
솔헤이마산두르 — 검은 모래 위의 비행기 잔해

어느 주차장에 차들이 잔뜩 서 있었다. 사람들이 그곳에 차를 세운 이유는 하나, 불시착한 비행기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솔헤이마산두르(Sólheimasandur)의 DC-3 비행기 잔해다.
이 비행기는 1973년 11월 24일, 연료 부족으로 검은 모래 평원에 불시착한 미 해군 더글러스 DC-3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고, 동체만 남은 잔해가 그대로 방치돼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히는 명소 중 하나가 됐다.


문제는 거리다. 주차장에서 잔해까지는 편도 약 4km, 왕복 8km를 평평한 검은 모래 위로 걸어야 한다(여름철 셔틀버스가 있지만, 우리가 간 10월에는 그냥 걸어야 했다). 끝이 안 보이는 검은 모래 평원을 한참 걷고 있으면, 마치 영화 〈듄〉의 한 장면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광활한 대지 위에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만이 동행이었다.

아무것도 자랄 것 같지 않은 검은 모래 위에도 작은 식물들이 끈질기게 자라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은 생명을 보는 일도 이 평원의 또 다른 장면이었다.
마을, 배틀힐, 그리고 무리한 오프로드



해안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동네와 드넓은 습지가 이어졌다. 이 무렵부터 슬슬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긴 하루에 다들 컨디션이 조금씩 떨어졌다.

지나는 길에 배틀힐(Orustuhóll, '전투 언덕')이라는 곳도 있었다(좌표 약 63.859, -17.811). 이름이 흥미로워 잠깐 들렀다.


그러다 객기로 오프로드에 들어가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리였다. 우리 렌터카(소형 2WD)로는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아이슬란드 내륙의 F-road(고지대 비포장도로)는 사륜구동 전용이고, 강을 건너야 하는 구간도 많다. 가다가 마주친 현지 운전자들이 돌아가라고 조언해 줘서 차를 돌렸다. 주변 풍경은 범상치 않았지만, 안전이 먼저였다.
그날 밤, 다리가 무너졌다
그날 저녁, 소식이 들려왔다. 1번 도로(링로드)의 한 구간이 통제됐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빙하홍수(jökulhlaup)나 폭우로 링로드의 다리·도로가 갑자기 끊기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필 우리가 가려던 방향이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링로드를 한 바퀴 돌려던 계획이 그대로 깨졌다.
친구 한 명의 표정이 굳었다. 군대에서 함께 고생했던 기억들이 떠올라서였는지,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긴 하루의 피로 위에 계획까지 무너지니 다들 말이 줄었다. 결국 내가 급히 다른 호텔을 알아보고, 친구가 어두운 밤길을 끝까지 운전해 준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날 밤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이 계획의 붕괴가, 다음 날 우리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게 된다. 이어서…
남부 해안 여행 팁
- 남부 해안 폭포 구간은 방수 재킷·방수화 필수. 셀야란드포스 뒤쪽은 특히 많이 젖는다.
- 솔헤이마산두르는 왕복 8km 도보. 시간과 체력을 미리 계산하고, 비수기엔 셔틀이 없을 수 있다.
- 내륙 F-road는 사륜구동 전용. 소형 렌터카로는 진입하지 말 것.
- 링로드는 당일 통제가 잦다. 출발 전 umferdin.is·SafeTravel을 꼭 확인.
FAQ
Q. 셀야란드포스는 정말 폭포 뒤로 걸을 수 있나?
A. 그렇다. 절벽 아래 길을 따라 폭포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단 많이 젖고, 겨울엔 결빙으로 폐쇄된다.
Q. 비행기 잔해까지 얼마나 걸어야 하나?
A. 주차장에서 편도 약 4km(왕복 8km), 45~60분 정도다. 여름엔 셔틀버스가 있다.
Q. 렌터카로 오프로드(F-road)에 가도 되나?
A. 안 된다. 사륜구동 전용이며, 소형차 진입은 위험하고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출처 & 공식 링크
- 셀야란드포스: Visit South Iceland
- 솔헤이마산두르 DC-3: Guide to Iceland
- 도로 상황: umferdin.is · 안전: SafeTravel
2017년 10월 실제 방문 기록이다. 도로·운영 상황은 변동되니 방문 전 공식 정보를 확인하세요.
🇮🇸 아이슬란드 8일 자유여행 시리즈
- 여행 프롤로그 — 편도 항공권으로 이어 붙인 긴 환승길
- 렌터카 여행 시작 — 싱벨리어에서 이미 반해버렸다
- 골든서클 — 싱벨리어·게이시르·굴포스 하루 코스
- 남부 해안 ① — 셀야란드포스·비행기 잔해·다리 붕괴 (지금 보는 글)
- 남부 해안 ② — 스코가포스·디르홀라이·블랙비치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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