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 프롤로그 - 편도 항공권으로 이어 붙인 긴 환승길
아이슬란드 렌터카 여행기
오래전 아이슬란드 여행은, 사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여행이었다. 대구에서 출발해 베이징, 알마티, 보리스필, 스톡홀름을 거쳐 레이캬비크까지 들어가는 길. 돌아올 때도 다시 스톡홀름, 두바이, 필리핀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지금 생각해도 조금 무모한 편도 항공권 조합이었다.
아이슬란드의 폭포나 오로라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앞선, 왜 이런 여행을 짰고 어떻게 아이슬란드까지 갔는지에 대한 프롤로그다.

처음 계획은 지구 한 바퀴였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생각하게 된 건 대전 여행 이후였다. 같이 다니던 군대 후임 둘과 "다음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이 나왔다. 그때는 지금보다 여행 경험도 적었고, 항공권을 뒤지는 일 자체가 놀이에 가까웠다.
처음 짠 계획은 더 황당했다. 한국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아이슬란드에 들어가고, 다시 뉴욕으로 넘어간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루트였다. 말 그대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었다. 더 웃긴 건, 그 루트를 100만 원이 안 되는 항공권 조합으로 맞춰보려 했다는 점이다.
계획은 실패했다. 동행 중 한 명이 아직 여권을 만들지 않아서 예약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당연한 결말이었지만, 당시에는 꽤 아쉬웠다. 아이슬란드가 멀어진 느낌이 아니라, 방금 손에 잡힐 뻔한 장난감을 놓친 기분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오기로 다시 짰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결국 다시 항공권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왕복 항공권 하나로 깔끔하게 묶는 방식이 아니었다. 편도 항공권을 하나씩 이어 붙였다.
| 구간 | 이동 |
|---|---|
| 출국 | 대구 -> 베이징 -> 알마티 -> 보리스필 -> 스톡홀름 -> 레이캬비크 |
| 귀국 | 레이캬비크 -> 스톡홀름 -> 두바이 -> 필리핀 -> 한국 |
이런 루트가 가능했던 건 긴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여행이라면 일정이 먼저 막히고, 학생 여행이라면 돈이 먼저 막히는데, 이때는 운 좋게 시간과 항공권 조합이 동시에 맞았다. 문제는 이동 자체가 여행의 절반이 될 정도로 길었다는 것뿐이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아이슬란드에 간다기보다, 아이슬란드를 핑계로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느낌이었다. 대구에서 출발해 중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스웨덴을 거쳐 북대서양의 섬으로 들어간다. 그 뒤 다시 중동과 동남아를 지나 한국으로 돌아온다. 짐은 가볍게 싸야 했고, 환승 시간을 놓치면 모든 일정이 무너지는 구조였다.
출국 전 마지막 한식
긴 이동을 앞두고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한식을 골랐다. 메뉴판을 보며 한식 백반, 김치찌개, 돈가스 같은 평범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세계를 한 바퀴 도는 것처럼 큰소리치던 여행의 시작이 결국 공항 푸드코트 앞 키오스크였다는 게 좋았다.

나는 김치찌개를 골랐다. 특별한 맛집도 아니고, 오래 기억될 만한 메뉴도 아니었다. 그래도 긴 환승을 앞두고 먹는 마지막 한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장면은 여행기의 첫 컷이 됐다. 이후 며칠 동안은 공항 음식, 기내식, 낯선 도시의 간단한 식사로 버텨야 했으니 더 그랬다.
같이 출발한 일행도 각자 밥을 앞에 두고 앉았다. 이름을 남기지는 않지만, 이 여행은 혼자 간 여행이 아니었다. 누군가와 같이 항공권을 찾고, 여권을 챙기고, 짐을 끌고 공항을 돌아다닌 기억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시작이 완성된다.
대구에서 첫 비행기를 탔다

첫 비행기는 대구에서 출발했다. 아이슬란드까지 한 번에 가는 직항은 당연히 없었고, 우리는 몇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다른 항공기의 꼬리날개와 밤의 활주로를 보면서,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 시간이 길면 여행의 감각이 조금씩 바뀐다. 처음에는 목적지를 향해 간다고 생각하지만, 환승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가"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낯선 나라의 공항과 하늘을 지나고 있었다.
알마티에서 생긴 짧은 여행
카자흐스탄에 가까워지자 창밖 풍경도 달라졌다. 아이슬란드는 아직 멀었지만, 이미 평소 여행의 스케일을 벗어난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바로 가는 길이 아니라, 중간중간 낯선 지명을 밟아가며 북쪽으로 올라가는 루트였기 때문이다.
알마티에서는 환승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냥 공항에만 있기에는 아까워서, 짧게라도 도시를 보고 오기로 했다. 그렇게 들른 곳이 Kok Tobe Hill이었다.

Kok Tobe는 알마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 위 전망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도시와 산이 같이 보이고, 정상 쪽에는 산책로와 공원, 놀이기구가 이어진다. 공식 여행 정보에서도 알마티를 짧게 보는 코스로 소개되는 곳이라, 스탑오버로 잠깐 들르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10월의 Kok Tobe
그날 알마티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10월이라 패딩을 입고 있었고, 캐리어를 끌고 산 위 공원을 걷는 모습이 꽤 이상하면서도 여행다웠다. 원래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였는데, 막상 기억에 남은 첫 장면은 카자흐스탄의 흐린 하늘과 산 위 공원이었다.

관람차가 있었고, 알마티 텔레비전 타워도 보였다. 제대로 된 알마티 여행이라고 부르기에는 짧았지만, 환승 시간을 이용한 당일치기로는 충분했다. 오히려 계획에 없던 여행이라 더 선명하게 남았다. 아이슬란드에 가는 길에 알마티를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여정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공원 안쪽에서는 동물도 많이 만났다. 일행 중 한 명은 동물에 익숙한 일을 했고, 다른 한 명도 물고기를 좋아했다. 우리끼리는 대전에서도 동물원을 갈 정도였으니, 낯선 도시의 산 위 공원에서 동물을 보는 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잠깐 길을 같이한 사람도 있었다. 버스를 같이 타고 이동하며 도와준 친구였는데, 의사소통이 잘 됐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낯선 도시에서 누군가와 잠깐 동행하게 되는 장면은 여행을 여러 번 해본 사람에게는 익숙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꽤 신기한 일이다. 그때 나는 일행에게 그런 여행의 감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보리스필에서 잠만 자고 다시 출국

알마티 이후에는 보리스필로 향했다. 지금 다시 보면 더 묘한 장면이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라는 지명을 보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그때 환승 중 스쳐 지나간 풍경도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보게 된다.
보리스필에는 저녁 늦게 도착했다. 공항에서 버틸지, 숙소를 잡고 잠만 잘지 고민하다가 결국 숙소를 예약하고 택시를 탔다. 아마 에어비앤비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다음날 바로 다시 출국하는 일정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숙소 주변을 아주 잠깐 둘러봤다. 마당과 건물 밖 풍경을 조금 보고 다시 공항으로 갔다. 이 여행은 관광지만 이어 붙인 여행이 아니라, 이런 애매한 경유지와 숙소, 대기 시간이 계속 쌓인 여행이었다.
스톡홀름을 거쳐 아이슬란드로

보리스필에서 다시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타고, 내리고, 다시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다.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였지만, 실제 여행의 상당 부분은 공항과 기내에서 지나갔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Helenelund 쪽 거리도 잠깐 지나갔다. 아마 스톡홀름은 오래 머문 여행지는 아니었고, 거의 환승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래도 거리, 긴 에스컬레이터, 공항의 공기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이때 나는 이미 여행을 몇 번 다녀본 뒤라, 같이 다니더라도 가끔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흩어지는 편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계속 붙어 다니면 쉽게 지치고,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의 일행은 아직 그런 식의 여행에 익숙하지 않았다. 뭘 하고 싶은지 물어도 딱히 나서지 않았고, 대체로 함께 따라오는 쪽을 택했다. 여행을 알아야 스플릿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조금 더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탔다. 이 긴 환승길의 마지막 구간이었다.

그때 삼성 NX-500을 들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하늘에서 본 저녁빛과 구름, 기내의 작은 장면들이 생각보다 훨씬 예쁘게 남았다. 스마트폰 사진도 많았지만, 이 여행의 분위기를 붙잡아준 건 카메라 사진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뒤 우리는 렌터카를 빌렸다. 운전은 일행 중 한 명이 전부 맡았고, 링로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진짜 아이슬란드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번 여행은 효율적인 직항 여행이 아니었다.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여행도 아니었다. 항공권을 이어 붙이고, 긴 연휴를 밀어 넣고, 환승 도시에서 잠깐 산 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이야기가 쌓였다. 다음 글부터는 드디어 레이캬비크와 아이슬란드 본섬의 풍경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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