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팬은 왜 경기장을 청소하고 갈까 — 매너의 나라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월드컵 시즌마다 똑같은 장면이 돌아온다. 일본 대표팀이 쓰고 간 라커룸은 방금 청소한 것처럼 깨끗하고, 일본 팬들은 경기가 끝나면 자기 자리 주변을 봉지 들고 치운다. 이번 미국 월드컵에서도 그 영상이 또 올라왔다. 네덜란드전이 끝난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일본 팬들이 파란 봉투를 들고 관중석을 치웠고, 심지어 미국 NFL 쿼터백 한 명까지 옆에서 같이 쓰레기를 주웠다. 외신은 이를 "존중"이라 평했고, 온라인에는 "올 때보다 더 깨끗하게 두고 간다"는 반응이 수만 개 달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안다. 나는 한 발 더 들어가고 싶다. 일본을 여러 번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 장면이 마냥 신기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라고 다 깨끗한 건 아니다
먼저 오해 하나를 깨고 싶다. 일본이라고 모든 곳이 깨끗한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오사카 도톤보리는 정말 지저분한 거리다. 관광객이 몰리는 그 화려한 강변은 밤이 깊을수록 바닥이 엉망이 된다. "일본 = 청결"이라는 공식만 믿고 가면 오히려 당황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도 일본을 다니며 분명히 다르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잘 없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나도 일본에 있을 때는 가방에 쓰레기를 넣고 다니는 게 어느새 보통이 됐다. 음료 하나를 사면 빈 병을 손에 쥐고 다니다 숙소에 와서야 버린다. 처음엔 불편했는데, 며칠 지나면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주변이 다 그렇게 하니까.
친절에도 정도가 있다
친절도 그렇다. 어딜 가도 친절하다. 가게에서도, 길에서도. 그게 부담스럽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일본을 좀 더 겪으면 알게 된다. 그 친절에도 정도가 나뉜다는 걸. 단어는 분명 친절한데 행동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말은 "괜찮습니다, 천천히 보세요"인데 공기는 "빨리 결정해 달라"고 말하는 순간들. 친절이 마음인지 매뉴얼인지 헷갈리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청소가 보여주는 일본, 그리고 일본 안의 목소리
그래서 나는 일본의 이 '청소'가 단순한 매너 자랑이 아니라, 일본이 어떤 문화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깨끗해서 치우는 게 아니라, 치우는 게 당연하도록 길러진 사회다. 실제로 한 일본 정치학 교수는 외신에 "이 사람들은 학교에서 청소를 직접 하며 배운 그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청소부 없는 교실을 스스로 치우며 자란 교육,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몸에 밴 결과다.
물론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다 같이 이렇게 한다"는 공기가 주는 미묘한 압박. 흥미롭게도 이번에 일본 안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경기장 청소가 화제가 되자 정작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밖에서만 솔선수범하지 말고 집에서 청소나 해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밖에서의 매너와 집안에서의 가사 분담이 따로 논다는 지적이었다. 메이와쿠가 미덕이기만 한 게 아니라 때로는 '동조 압력'으로도 작동한다는, 일본인 스스로의 솔직한 목소리다.
그럼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나라
그럼에도 나는 일본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나라로 이해하기로 했다. 도톤보리처럼 지저분한 거리도 있고, 친절의 진심이 헷갈리는 순간도 있지만, 적어도 "내 흔적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는 합의 하나만큼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다. 경기장을 치우는 건 그 합의가 밖으로 새어 나온 장면일 뿐이다. 부럽기도 하고, 가끔은 숨이 막히기도 하는 — 그게 내가 본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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